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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피지 우호 상징' 20년전 지어준 라키라키병원 가보니(2016년 9월9일)

  • 2016-09-09
  • 1982

'한국·피지 우호 상징' 20년전 지어준 라키라키병원 가보니


 

병원 관계자 "KOICA" 외치며 '엄지척'…봉사단, 체온계 선물

(라키라키<피지>=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9일(현지시간) 오전 남태평양 피지의 수도 수바에서 자동차에 올랐다. 잠깐만에 시내를 벗어난 차는 구불구불 왕복 2차선 길을 달렸다. 지난 2월 초강력 사이클론 '윈스턴'이 덮쳐 피해를 당한 복구 현장과도 마주치며 3시간여 만에 도착한 곳은 라키라키 지역.

3만여 명이 살고 있는 이곳에는 지난 1996년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60만 달러를 투입해 무상으로 지어준 라키라키병원이 있다.

기자가 찾은 이날 병원에서는 KOICA와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가 협력해 '결핵 사례발견 활동'(Active tuberculosis case finding)을 시작하는 행사가 열렸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원스톱 결핵 검진 서비스'가 진행됐고, 40∼50명의 주민이 줄을 서서 검진을 받았다.

두 기관은 앞으로 이 병원을 근거로 피지 보건부의 국가결핵프로그램(NPT) 역량 강화 사업을 도울 예정이다.

개원 20년을 맞은 피지의 라키라키병원
개원 20년을 맞은 피지의 라키라키병원

 

KOICA 피지사무소에 보건전문가로 파견된 오충헌(41) 박사는 "결핵은 피지에서 연간 10만 명당 68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공중보건에 큰 위협을 끼치고 있는 질병"이라며 "이에 효과적인 대처를 위해 두 기관은 기술과 결핵 검사 장비, 실험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오 박사는 군 복무 대체제도인 국제협력의사로 페루(2005∼2008년)를 다녀온 뒤 2015년까지 KOICA 보건전문관으로 활동하다 올해 피지사무소에 나왔다.

라키라키병원은 KOICA의 지원으로 입원실, 수술실, 외래진료실 등을 건립한 이후 피지 정부와 독지가의 지원으로 인근 4개 지역에 헬스센터를 설치했다.

개원 이후 20년 동안 200만 명의 외래환자를 치료했고, 입원환자 2만 명을 받았으며, 크고 작은 수술도 450여 건을 진행해 라키라키 지역의 핵심 의료시설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라키라키병원 수간호사가 결핵관리 사업 현판을 가리키고 있다.
라키라키병원 수간호사가 결핵관리 사업 현판을 가리키고 있다.

 

병원 통계에 따르면, 2015년에만 외래 진료 2만7천789건, 입원환자 1천313명, 수술 3건을 기록했다.

이 병원 근무 기록을 포함해 31년간 간호사로 활동하는 조지비니 팅 시토(여) 씨는 "29병상의 우리 병원에는 현재 의사 5명, 간호사 28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이들은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병원 치료비는 모두 무료다.

이날 7∼8명이 입원한 병실에서는 방광암으로 가족과 작별을 기다리는 할아버지가 힘겹게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옆 병실인 신생아실에서는 3일 전 탄생한 아이가 힘차게 울면서 가족에게 미소를 띠게 했다.

당뇨병으로 입원 중인 알레씨 나이(여·31) 씨는 한국에서 온 '2016 개발협력 사회인사 단기봉사단' 단원들을 보고는 "KOICA"라고 엄지를 들어 보였다. 병원 이곳저곳에서 만나는 의사와 간호사, 환자들도 봉사단을 향해 '엄지척'을 하며 "KOICA"를 외쳤다. 이 병원이 누가 지었는지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봉사단원들은 이날 병원에 체온계를 기증했다.

병원 곳곳에는 이강국 박사의 체취가 남아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그는 1998년 이곳에 KOICA 파견의사로 나와 2008년까지 환자를 돌봤다. 원래 2년이면 귀국해야 하지만 그는 10년을 체류하며 지역 주민에게 인술을 전파했다.

현재 퇴임해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이 박사는 지난 7일 KOICA가 피지에 사무소를 다시 낸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당시의 힘겨웠던 상황을 추억하는 편지를 사무소로 보내왔다.

"처음 도착했을 때 1950년대 우리나라의 생활환경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모든 피지 국민의 우호적인 태도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 환자를 후송하다 사망한 일, 응급환자가 생겨 헬리콥터를 요청했는데 수술의사, 마취요원이 자동차를 타고오는 바람에 산모가 사망한 일 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귀국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요."

KOICA는 앞으로 노후화한 이 병원 개선을 위한 후속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봉사단원 파견 등 연계 협력활동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2016 개발협력 사회인사 단기봉사단'이 병원에 체온계를 기증하고 있다.
'2016 개발협력 사회인사 단기봉사단'이 병원에 체온계를 기증하고 있다.

 

ghwa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9/09 15:5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