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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문화일보-다문화기획

  • 2011-07-22
  • 1758

 

 

▲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다문화가정진료센터에서 유방암 환자인 필리핀 여성 A씨가 통역봉사원인 메드베데바 나디아씨와 의료진에게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다문화가정진료센터에 필리핀 출신 불법 체류 여성 A씨가 들어왔다. 유방암 판정을 받고도 변변한 치료조차 받지 못했던 A씨는 자신의 병명과 증상 등 기본적인 사항을 전혀 설명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때마침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던 러시아 출신의 자원봉사자 메드베데바 나디아(여·26)씨는 A씨를 위해 입원 수속 절차, 증상 등에 대해 친절하게 통역을 했다. 나디아씨를 통해 환자의 증상을 전해 들은 의료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트를 작성해 건넸고, 그는 해당 전문의에게 환자를 안내했다. 이날 처음 자원봉사를 나온 몽골 출신의 허유진(여·21)씨도 자신이 통역할 환자를 기다리며 “어머니가 이곳에서 일하신 적이 있어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문화가정을 돕기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비정부기구(NGO) 등 사회단체들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다문화연대, 한국다문화가족지원연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NGO들은 경제적 지원, 의료 봉사, 문화 교류 및 교육 사업 등을 통해 정부가 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

통역은 NGO들의 대표적 지원 사업 중 하나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한국다문화연대는 나디아씨와 같은 자원봉사자들을 병원에 파견해 언어적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돕고 있다.

이 병원에선 다문화가정의 외국 출신 여성 외에도 외국인 방문객과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폭넓은 의료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1년 넘게 의료봉사를 해 왔다는 나디아씨는 “한국에 유학 와서 심하게 아파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말이 안 통해 고생한 경험이 있다”면서 “한국 내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인 러시아 출신의 유학생 제냐 에브게냐(여·27)씨도 “힘들긴 하지만 어려운 동포를 돕는 일이 좋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후 이곳 다문화가정진료센터를 통해 치료를 받은 환자는 700여명에 이른다. 감기 등의 단순한 질병에서부터 심각한 장애로 재건 성형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홍인표(56) 다문화가정진료센터장은 “다문화 환자들이 치료받는 데는 언어적·경제적 어려움이 많은데 통역 서비스와 치료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NGO들은 한국인과 다문화 주민 간 문화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문화적 격차를 좁히려는 노력이 정부뿐 아니라 NGO를 통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소극장에선 한국다문화연대가 후원하는 연극 ‘신짜오 몽실’이 공연됐다. 베트남계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겪는 삶과 현실을 보여 주는 연극에 적지 않은 사람이 공감했다.

공연을 관람한 한 학생은 “연극 속 베트남 사회의 모습이 우리의 풍경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 재밌었다”고 말했다. 연극을 기획한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김정숙 대표는 “연극을 통해 다문화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단체인 한국다문화가족지원연대는 지난 2일 다문화가족 100여명과 함께 세종대왕을 모신 영릉과 신륵사 등을 답사하며 한국의 보편적 위인인 세종대왕의 업적을 알리고 다문화가정 등에 한국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다문화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 지원 사업도 NGO들을 중심으로 보다 전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단순히 한국인으로서 필요한 언어 교육과 기본 소양 외에도 전문적인 교육에 대해 NGO들이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선 ‘이주 여성 현장 인문학 강좌-미디어로 보는 한국사’ 강의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주 여성들을 대상으로 유교 시대 한국 여성의 삶에서 산업화 속에 희생당해 온 한국 여성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강의했다.

강의를 기획한 허오영숙(40)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조직팀장은 “이주 여성들이 스스로 나서 그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며 “이주 여성 활동가가 되기 위해선 단순한 제도와 언어 교육 이상의 포괄적인 인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다문화연대에서는 ‘홉키즈(Hopekids)’ 사업을 통해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영재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 제대로 된 권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법률 자문 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있다.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